*목차
*서론
*주도적인 플레이 vs 비 주도적인 플레이
1. 의도적인 능동적 플레이
2. 강제된 수동적 플레이
3. 의도적인 수동적 플레이
4. 강제된 능동적 플레이
*결론
*서론
우리가 축구 경기를 시청할 때 가끔 주도적인 축구와 같은 단어들을 접해봤을 것이다. 주도적인 축구는 흔히 점유율이 높고 공격을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러나 꼭 그렇지는 않다. 주도적인 축구는 다른 말로 능동적인 플레이로도 불릴 수 있다. 이는 어느 한 팀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대신 플레이 스타일에 기반하여 풋볼 액션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지가 중요하다. 즉 매치 컨텍스트에 따른 용어다. 그래서 경기를 볼 때 의도적이고 능동적인 플레이를 하는지는 우선 그들의 게임모델을 확인해야 한다. 필자가 이 블로그에 이 주제에 대해 다룬적이 있다. 하지만 어떻게 경기상황에 녹여내는 지 예시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 번리 vs 리버풀 경기를 보면서 리버풀의 공격과 번리의 수비를 확인하면서 읽어보자.
*주도적인 플레이 vs 비 주도적인 플레이
우리가 흔히 아는 주도적인 플레이는 점유율 높고 공격을 많이 하는것을 뜻한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이 잘하고 원하고 계획한 대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수동적인 플레이는 점유율이 낮고 수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이 잘하고 원하는 것을, 혹은 계획한대로 플레이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풋볼액션의 관점에서 공격 액션은 능동적, 수비 액션은 공격의 액션에 반응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존재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능동적인 플레이와 수동적인 플레이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능동적 플레이는 공격권을 쥐고 있음을, 수동적 플레이는 공격권을 쥐고 있는 사람에 반응하는 걸 뜻한다. 전술했듯이 공격수는 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능동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고,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의 공이나 움직임을 막고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수동적인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김주표, 2023) 하지만 이런 능동적인 플레이도 자신이 의도한대로 일어났는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능동적인 플레이에서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의도적인 능동적 플레이
우선 의도적인 능동적 플레이는 자신들이 의도하고 원하는 방향대로 상대팀을 계속 공격적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펩의 맨시티가 대부분의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떠오를 수 있다.
2. 강제된 수동적 플레이
공격팀이 의도적인 능동적 플레이를 펼치면 이를 상대하는 팀은 반대로 강제된 수동적 플레이를 펼칠 수 밖에 없게 된다. 강제된 수동적 플레이는 자신들이 공격권을 쥐려고 하지만 상대의 압박으로 인하여, 그리고 상대의 공격으로 인하여 공격을 하지 못한다. 즉 수비만 하고 끝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펩의 맨시티를 상대하여 패배한 대부분의 과정을 떠오를 수 있다.
3. 의도적인 수동적 플레이
반면에 팀이 계속 수비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그들이 의도한 것이라면 어떨까? 의도적인 수동적 플레이는 자신들이 공격팀의 약점을 파고들거나 강점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의도적으로 상대의 전진을 저지하고 공을 끊어내 역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플레이다. 여기서부터 번리 vs 리버풀의 경기양상을 설명할 수 있다.
번리의 수비블록을 보면서 이해를 해보자. 번리는 이 날 기본적으로 1-5-4-1 형태로 수비블록을 세워 리버풀의 3선에서 패스가 들어갈 때, 혹은 그 이후 백패스가 들어가거나 터치 미스가 일어났을 때 톱이 라인을 올리면서 밑선의 피벗들도 함께 라인을 올리는 방향으로 리버풀을 상대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리버풀은 백라인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미들라인은 수적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톱에서 5vs3으로 수적인 열세에 놓여 한 공격수가 최소 2~3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즉 번리는 5백을 통해 백라인에서의 수적우위 및 위치적 우위를 가져가면서 리버풀의 공격을 무산시키려 했다.
만약 번리의 양쪽 윙백이 각각 학포와 살라를 마크하고 있다면 에키티케는 혼자 3명의 수비수를 상대해야 했다.
그래서 상대 백라인에만 머무르기엔 번리의 백라인에 균열을 내기 어렵게 된다 생각하여 에키티케는 2선으로 내려와 번리의 백라인 앞에서 공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번리는 백에서 수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며 원래 로버트슨을 마크하던 차우나가 로버트슨의 위치가 기존보다 아래에 위치한 것을 보자 컬렌과 함께 에키티케를 마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는 같은 위치에서 공을 잡게 될 비르츠에게도 2vs1 협력수비로 수적인 우위를 통해 그들의 포켓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번리였다.
번리의 전방압박도 함께 보자. 전술했듯이 리버풀의 3선에서 패스가 들어갈 때, 혹은 그 이후 백패스가 들어가거나 터치 미스가 일어났을 때 톱이 라인을 올리면서 밑선의 피벗들도 함께 라인을 올리는 방향으로 리버풀을 상대했다.
공중볼 경합 후 압박이 시작된 시점에서 케르케즈가 반다이크에게 백패스를 가하자 톱과 미들라인은 그들의 앞에 있는 선수를 압박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반다이크는 그에게 빠르게 접근하는 선수 때문에 빠른 볼처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차우나의 뒷라인에 위치한 선수들도 함께 리버풀의 피벗들에게 바짝 접근하여 붙었기 때문에 패스 방향에서 마칼리스테르의 가까운 발(오른발)로 패스가 향하게 되었다.
그렇게 컬렌이 인터셉트에 성공하고 번리의 역습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4. 강제된 능동적 플레이
수비팀이 의도적으로 공격팀의 약점을 잡거나 강점을 무력화시키면서 수동적으로 플레이를 펼치면 이를 상대하는 팀은 반대로 강제된 능동적 플레이를 펼칠 수 밖에 없게 된다. 즉 상대방의 수비적인 압박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있다. 공격팀은 효과적으로 공격 진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반대로 리버풀의 공격을 초점을 둬 보자. 전술했듯이 리버풀은 백라인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미들라인은 수적으로 동률을 이뤘지만 톱에서 5vs3으로 수적인 열세에 놓여 한 공격수가 최소 2~3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즉 리버풀은 추가적인 움직임으로 포켓을 이용하여 백라인 뒷공간을 노려야 했지만 좁게는 1vs1 상황이 된 번리의 피벗들도 집요하게 리버풀의 미드필더들을 따라가며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양쪽 넓게 벌린 살라나 학포를 제외하고 톱라인에 위치한 에키티케가 공을 많이 만지지 못하거나 비르츠가 공을 잡았을 때 효과적으로 전진패스나 드리블을 한 상황이 많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반다이크가 공을 잡았을 때 1순위로 비르츠나 마칼리스테르를 바라봤지만 이미 번리의 피벗들은 사이드스텝으로 패스루트를 차단하려는 사전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쉽게 사이패스를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번리의 미들라인 앞에 위치한 케르케즈에게 연결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케르케즈의 위치도 차우나(오른쪽 미드필더)보다 윗선에 위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을 앞으로 잡고 학포에게 연결해도 차우나를 완전히 OUT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학포는 항상 1vs1, 2vs1 대치를 하게 되었고 템포가 늦춰지게 되었다.
번리vs리버풀 경기의 패스맵을 보자. 전체적으로 고른 포지셔닝을 가지고 있지만 반다이크-코나테-소보슬라이-흐라벤베르흐쪽이 유독 굵은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비르츠, 에키티케, 마칼리스테르쪽은 비교적 얇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2선쪽으로 볼 투입이 쉽지 않았고 그 이후의 전진도 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살라와 학포가 측면 넓게 배치되었는데 가까이 위치한 건 케르케즈 밖에 없다. 그들에게 공이 갔을 때 주변의 지원이 비교적 적어 그들이 1vs1 돌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도 마찬가지지만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도 자신을 마크하는 선수보다 윗선에 위치하면 자신에게 패스가 들어가게 된다. 물론 볼을 가지지 않는 선수들의 백라인 뒷공간 침투 움직임도 필요하지만 그 이후 전진 이동컨트롤을 과감하게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나오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수비수보다 앞선에 위치한다면 과감하게 전진 이동컨트롤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반대로 수비보다 앞에 있는데 패스 길이 나오지 않는다면 수비수의 앞으로 나오면서 받을 수 있다.
이번에는 마칼리스테르가 몇 번의 터치로 비르츠에게 향하는 패스길이 열리게 되었지만
비르츠가 공을 잡게 되자 양옆에서 2명이 달라붙게 되어 비르츠가 패스 방향에 대한 미스를 저지르도록 만드는 장면이다. 리버풀이 비르츠를 중심으로 포켓공간에서의 연계를 기대했지만 비르츠를 향한 번리의 압박 타이밍이 좋았기 때문에 비르츠가 정확한 찬스메이킹이나 슈팅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리버풀의 왼쪽에서의 크로스와 Blocked Shot에 대해 살펴보자.
리버풀의 슈팅 총 27회 중 12회(44.4%)의 슈팅이 블록되었다. 이는 번리의 수비수들이 공을 잡은 선수에게 빠르게 붙었기 때문에 리버풀 공격수들에게 슈팅 각도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또한 70분 이후에는 리버풀의 슈팅 중 슈팅이 블록된 횟수는 1회지만 대신 Off-Target 횟수는 5회(총 11회, 45.5%)로 양팀의 액션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학포가 공을 잡았을 때 크로스의 정확성이다.
이날 학포는 총 7회 중 1회(14.3%) 성공하였다. 그래서 수비수와 1vs1 상황을 어느정도 잘 대처했지만 이후 크로스는 전체적으로 정확하지 못했다. 만약에 반다이크가 케르케즈, 로버트슨을 찾았다면 그는 왼쪽 윙어 학포에게 연결을 하였다. 하지만 공을 앞으로 잡고 학포에게 연결해도 전술했듯이 레프트백이 볼 잡았을 때 포지셔닝 때문에 차우나를 완전히 OUT시키기 어려워 학포는 항상 1vs1, 2vs1 대치를 하게 되었고 템포가 늦춰지게 되었다. 또한 리버풀은 톱라인에서 수적인 열세에 놓이고 제공권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진 않기 때문에 크로스가 올라가도 크게 효과적인 찬스를 맞이하기 어려웠다.
*결론
주도적인 축구는 단순히 점유율 높고 공격만 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잘하는 것, 원하던 것을 하게 되었을 때 주도적이다라고 할 수 있을 때를 말한다. 풋볼 액션으로 따졌을 때 능동적인 축구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의도적일 때 혹은 강제될 때를 구분지어야 한다. 우리가 원해서 이 플레이를 한 것인지, 어쩔 수 없이 이 플레이를 한 것인지에 대한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축구 경기를 할 때 어떻게 운영 해나가야 할 것인지, 축구 경기를 분석할 때 이 팀이 의도를 파악하고 의도대로 액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을 때 앞으로의 경기 준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이겼을 때 이기면 그만이라는 글을 많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과정이 없으면 결과는 없다. 그리고 그들도 그들 나름의 승부처에서 이겼기 때문에 이기면 그만은 이긴 팀 입장에서도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계획한대로, 원하는대로 경기가 흘러가지 못했을 때 이겼어도 안주하면 안되고 우리가 이기지 못한 팀처럼 분석하고 발전해나가야 다음 경기에서 더 나아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김주표. 플레잉 스타일(게임모델), STEP 1 플레잉 스타일의 이해 -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 분석 강의 중. 2023/4/16
사진 및 출처
Opta Analyst - Burnley 0-1 Liverpool Stats: Another Late Goal Seals Victory for Arne Slot’s Side, https://theanalyst.com/articles/burnley-vs-liverpool-stats-opta-premier-league-09-2025
Coupang Play - PL 4R 번리 vs 리버풀, https://www.coupangplay.com/play/83612231-a12b-4ec4-ade8-526f6570c825/highlight?sourceType=page_discover_event_de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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